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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23. 2020

미열

미열 / 김정룡


둥그스름한 것이


일가족 부양을 떠맡은 큰 딸 엉덩이 같은 것이


들고양이 떠난 풀자리 같은 것이


세상 어디가엔 둥그스름한 온기 같은 게 있다는 데


보퉁이를 껴안은 가출 같은 것이


세상에는 둥그스름한 온기를 빨아먹는 사각 모서리도 있다는데


트레머리를 하고 싶은 멀미나는 궁핍 같은 것이


돌아서서 흘러내린 스타킹 같은 것이


기둥서방에 문드러진 젖무덤 같은 것이


식탁 위 된장 뚝배기 놓였던 자리에 둥그스름한 


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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