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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Sep 27. 2020

손을 씻다

Dante Gabriel Rossetti - Washing Hands [1865]




   남자는 오른손은 자신의 심장에 있다. 자기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암시이다. 다르게 말하면 나는 진실하다. 벽에 기댄 왼손은 그러나 현상황에 대한 분노이며 좌절이고 자기 억제이며 휘정거리는 자아의 버팀이기도 하다. 이 파국은 현실 세계의 후면에서 일어난다. 식당의 뒤편, 건물의 뒤편, 극장의 뒤편, 뒷골목, 후미진 곳, 뭇시선들의 바깥에서 파국은 벌어진다. 여인의 눈은 남자의 갈구와 분노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외면의 눈에는 광채가 나고 지난 간 사건들을 되새긴다. 파국의 정황들을 알 수 없지만 손을 씻는다는 행위는 '파국' 그 자체이다.  당신 하고는 더 이상 같이 시간을 보내기 싫다. 우리는 끝났다. 남자는 연인과 시선을 마주치고자 하지만, 여인은 물에 손을 씻으며 다 지워버렸다. 심중에 사건들, 연인과 함께 한 모든 것들이 물로 지워졌다. 남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 등 뒤 밝은 빛이 있는 쪽으로 두 사람은 함께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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