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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30. 2020

감자껍질을 벗기며

 감자껍질을 벗기며 / 그림모든


 껍데기를 사랑하라 껍데기가 환하면 속엣것도 환하다 껍데기의 때깔 몸피를 보면 속엣것의 건강을 알 수 있다 껍데기는 창이다 껍데기가 병들면 중심도 병든다 껍데기는 쓰거나 질기다 어떤 껍데기들은 스스로 열릴 때까지 산고의 시간을 산다 그러므로 껍데기는 모성이다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리얼리티다 껍데기는 얇다 한 겹 비밀 속에는 한 입 그득한 축제가 있다 감자껍질은 알맹이 보다 어둡다 썩지 않으려고 어둡지 않으려고 발광하는 껍데기가 진짜 껍데기다 흙 묻은 껍데기 햇볕에 그을은 껍데기 울퉁불퉁 근육질의 껍데기들은 따뜻하다 추억하라 껍데기는 움켜쥔 주먹이다 껍데기가 알맹이다 하얗게 웃으면서 껍데기가 말한다 한겹만 벗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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