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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31. 2020

백일홍 꽃그늘 아래

  


  백일홍 꽃그늘 아래 벤치에서의 잠은 해질녘까지 계속 되었다. 이 잠 끝마치고 나면 몸피 한 겹 벗은 곤충으로 날아오를 것인가. 오늘은 길 건너 빵집보다 가까이 근접한 달이 떠오를 것인데, 누구라도 혀를 내밀면 녹아버리는 전병 같은 달 떠오를 것인데, 어딘가 떠나려는 자들은 결코 저런 잠을 자진 않을 것인데. 제 몸 붉은 동안 가지 끝에서 내려오지 않는 백일홍 연분홍 살빛. 그 아래를 떠나지 않는다고 공원관리인이 탓하여, 겨울 외투 들고 일어나게 하면, 등받이 벤치는 곤충이 머물다 떠난 빈 몸 같아 내 눈은 얼마간 아파할 것이나, 백일홍 꽃그늘 아래 벤치는 다시 채워지고, 잠 덜 깬 걸음으로 휘청거리며 외투에 한쪽 팔 집어넣을 때, 나는 팔랑거리며 이륙하는 나비 한 마리를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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