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밑까지 깔린 노을 보러 상주 가는 동안 낮에 본 사진이 떠올랐다. 해머로 죽은 자의 뼈를 부수어 독수리들에게 주는 천장사를 생각했다. 가슴에 통증이 여러 날 있었던 탓에 그 사진은 통증을 더 강하게 했다. 시체를 뜯는 독수리들을 더 잘 먹이기 위해 머리 가죽을 벗기고 뼈까지 잘게 부숴 주는 천장사. 그가 몰고 오는 독수리 떼들 가득한 하늘 생각하며, 구병산 가을 하늘을 보았다. 나무를 올려다보다 하늘에 시선을 빼앗기는 가을. 낮에 울었던 풀벌레 울음들 사라지고 나면 지상에 노을이 내려왔다. 비단 같은 노을 등에 두르고 해지기 직전에 도는 몸의 한기를 온몸으로 받는다. 까만 밤이 오고, 하늘에는 독수리 떼에 뜯어 먹히는 사체를 바라보는 소녀의 눈 닮은 별들 하나씩 찾아온다. 내 심장에 꼭 맞는 별이다. 심장의 통증에 쏙 들어오는 별이다. 어떤 별들은 해머에 으스러져 사방을 튄 뼛조각 같이 아프고 따갑다. 낮에 중국집에서 먹은 탕수육 조각이 어금니에 사이에 끼어 자꾸 입맛이 다셔지는 가을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