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옥이 침수 되고 마을이 잠기고 도시가 몰락하고 국가와 체제가 붕괴될 지경의 대홍수
노아의 방주가 저기 기다리고 있다. 누굴 먼저 구원하고 말고 할 겨를이 없다.
먼저 보는 자 먼저 올라타는 자만 살아남는다. 구원을 바라는 간절한 손들은 허공을 긁는다.
그러나 방주는 피라미드처럼 가파르고 살아남으려는 자들은 미끌어진다.
미끌어짐은 우리 욕망의 바로미터와 같다.
욕망 한 만큼 미끌어지고 도달 한 순간 다시 오ㅡㄱ망은 시작된다. 여기에서 욕망은 지극히 현세적이고 물질적 욕망을 말한다.
세기말은 언제나 눈앞에 펼쳐져 있다. 눈 앞에 것이 세기말의 풍경이다.
건물이 침수 되고 인간들은 혼비백산 맨발에 아이를 안고 어린아이와 기르든 동물도 함께
이 세계의 몰락을 버리고 달아나려 한다.
그러나 방주에 올라탔다 하자. 거기서 그들은 또다른 지옥을 연출할 것이다.
The Deluge (1920)
By Winifred Knights (1899‑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