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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ul 07. 2018

이폴리트 파르티잔 : 배가 있는 항구



아름다운 햇살의 하루였어.

하늘은 맑았어. 

구름이 어둡고 무거운 먹빛 외투를 벗고

희고 팔랑거리는 셔츠를 갈아 입고 

머리 위로 지나갔어

흰 물새들은 더 희게 반짝거리며 

그들만의 항로로 사라졌고

나뭇잎에서는 윤기가 났어

텃밭의 가장자리에는 보라색 도라지꽃과

오렌지빛 원추리꽃

돌의 정원에는 비에 씻긴 돌들이 

물놀이 끝낸 아이들처럼 햇살에 몸을 덥히고 있어


살면서

살아있다는 느낌 받으며

사는 날 며칠이나 될까!


항구가 있는 바닷가에

홀로 여행 갔던 그 해 여름의 끝

텅 빈 해변에서의

바람과 민박집에서의 길고 끝없이

밀려오는 모래톱 같은 무거운 잠을

기억을 한다.


그 잠이 얼마나 눈부셨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자고 또 자고 일어나서

텅 빈 해변으로 걸어가 발끝까지 닿았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았지 


그래, 살면서

살아 있다는 느낌 받는 날

그런 날은 

사랑의 감정을 충만히 받는 날이기도 하겠지만

또 생의 괴로움이 느닷없이 무한으로 밀려오는 날이기도 해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눈부신 아름다운

어느 여행의 끝에서

스스로를 되찾거나, 더듬어 보는

날이기도 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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