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햇살의 하루였어.
하늘은 맑았어.
구름이 어둡고 무거운 먹빛 외투를 벗고
희고 팔랑거리는 셔츠를 갈아 입고
머리 위로 지나갔어
흰 물새들은 더 희게 반짝거리며
그들만의 항로로 사라졌고
나뭇잎에서는 윤기가 났어
텃밭의 가장자리에는 보라색 도라지꽃과
오렌지빛 원추리꽃
돌의 정원에는 비에 씻긴 돌들이
물놀이 끝낸 아이들처럼 햇살에 몸을 덥히고 있어
살면서
살아있다는 느낌 받으며
사는 날 며칠이나 될까!
항구가 있는 바닷가에
홀로 여행 갔던 그 해 여름의 끝
텅 빈 해변에서의
바람과 민박집에서의 길고 끝없이
밀려오는 모래톱 같은 무거운 잠을
기억을 한다.
그 잠이 얼마나 눈부셨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자고 또 자고 일어나서
텅 빈 해변으로 걸어가 발끝까지 닿았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았지
그래, 살면서
살아 있다는 느낌 받는 날
그런 날은
사랑의 감정을 충만히 받는 날이기도 하겠지만
또 생의 괴로움이 느닷없이 무한으로 밀려오는 날이기도 해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눈부신 아름다운
어느 여행의 끝에서
스스로를 되찾거나, 더듬어 보는
날이기도 한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