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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Mar 13. 2021

수확의 달, 이라고?

René Magritte - Month of the Harvest [1959]


우리의 시선을 향하고 있는 그들의 시선. 볼링공 같은 인물들. 풍경을 방해하는 동일자의 시선. 곱하고 곱한 동일한 시선들에 의해 우리는 방의 포로가 되어버린다. 우리가 바라보는 지극히 평범한 풍경 조차 우리가 부정하게 되는 억압 기제. 저기 저 풍경이 지극히 순수 자연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우리에 내재된 싱겁고 똑같이 생겨 먹은 동일한 인물의 상징성이 보여주는 동일자의 언어. 이상한 구경꾼들. 창을 닫을 수 없다. 이미 보아 버렸다. 풍경을 갉아먹는 우리의 물화된, 대타자의 언어로 인해, 우리는 창 밖의 풍경을 두고서도 갇힌 방에서 이상한 구경꾼들의 시선에 붙잡혀 있다. 저 동일자의 인물들은 나의 이웃은 아닐까. 나의 친근한 이웃, 그러나 정치적 종교적으로 생각이 전혀 딴판인 인물들의 시선은 아닐까. 나의 자유를 억압하고 나의 표현을 억압하는 지극히 친근한 이웃들의 친근하고 부드러우나 끔찍한 시선. 그들의 언어는 모두가 한가지만 바라고 한가지만 생각한다. 그들의 말을 듣고 믿으면 창 밖의 아름다운 풍경도 나의 내적 검열과 왜곡의 언어로 흉측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런 공간이 곧 나의 방이기도 하다. 나의 방에서 조차 내 방 창의 풍경을 자유롭게 순수의지로 바라볼 수 없는 동일자의 풍경과 언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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