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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May 08. 2021

기다렸던 황폐한 풍경

카를로 카라

Carlo Carrà - Marina con vela (1953) (olio su tela 40 x 50 cm)




   최초의 바닷가 풍경은 상상의 풍경이었다. 파도가 없는 평평한 바다. 흡사 이별  사람의 마음 같아서 이별의 쓰라린 마음마저도 가시고  후의 황폐해버린 내면을 닮은 바다.  바다에  배란 누군가. 떠난 보낸 사람의 마음인가, 떠날  사람의 기억의 흔적인가. 아직 보내지 못한 이의 기억이며 잔여분의 감정인가. 아직도 바라보고 그리워해야  대상을 거기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기울어진 삶의 방향은 우리를 어디로  유목케  것인가. 모든 풍경의 배후엔 삶이 관여한다. 다뜻한 햇살이 황폐한 바닷가 정황에 뿌려지면, 공간의 따뜻한 색채의 사건으로 처리 된다. 황폐한 봄의 미학을 찾아 서해나 남해  바닷가로 사라지는 이들의 마음을  그림을 통해 엿보게 된다. 그들의  없는 탄식과 절망과 넋놓음. 그리고 깊은 침묵 안에 울음과 위로 같지 않은 햇살의 따뜻한 위로. 어깨가 없는  배를 당신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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