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카라
Carlo Carrà - Marina con vela (1953) (olio su tela 40 x 50 cm)
최초의 바닷가 풍경은 상상의 풍경이었다. 파도가 없는 평평한 바다. 흡사 이별 한 사람의 마음 같아서 이별의 쓰라린 마음마저도 가시고 난 후의 황폐해버린 내면을 닮은 바다. 그 바다에 빈 배란 누군가. 떠난 보낸 사람의 마음인가, 떠날 간 사람의 기억의 흔적인가. 아직 보내지 못한 이의 기억이며 잔여분의 감정인가. 아직도 바라보고 그리워해야 할 대상을 거기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기울어진 삶의 방향은 우리를 어디로 또 유목케 할 것인가. 모든 풍경의 배후엔 삶이 관여한다. 다뜻한 햇살이 황폐한 바닷가 정황에 뿌려지면, 공간의 따뜻한 색채의 사건으로 처리 된다. 황폐한 봄의 미학을 찾아 서해나 남해 먼 바닷가로 사라지는 이들의 마음을 이 그림을 통해 엿보게 된다. 그들의 한 없는 탄식과 절망과 넋놓음. 그리고 깊은 침묵 안에 울음과 위로 같지 않은 햇살의 따뜻한 위로. 어깨가 없는 빈 배를 당신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