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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May 09. 2021

사물과 멀어질수록

리차더 디벤콘

Richard Diebenkorn

#2, from Nine Drypoints and Etchings, 1977. Drypoint and etching (1922-1993)



인간은 사물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대상과 무관해질수록  선仙이해적이고 가치 개입적인 대상과의 관계 망상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다. 이것은 선불과 스토아학파의 금욕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 즉 아파테이아apatheia의 삶의 방식이다. 인간은 그렇게 함으로써 비대상적(추상적) 자유를 더욱 누릴 수 있게 된다.


사람에게도 그렇다. 잊혀져 가는  얼굴이 점점 추상의 형식으로 변해가면서 마침내 색면추상처럼 단색화 되어 가는 시간 동안, 새겨진 마음의 잔영도 흐려지고, 우울감이 언급하고  연민의 정이 일어나고, 스스로에게 부재의 시간을 감내하는 깊은 침잠. 적묵을 살게 한다.


David Park on a Hot Day, 1956. Oil on canvas (1922-1993) John Berggrue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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