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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May 09. 2021

공장 노동자

하인리히호렐

Heinrich Hoerle - Factory Worker [1926]





내가 아는 작가들 중에 대부분은 자신들이 노동자가 아니라

대단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깨달았고 통달했으며 혁신적이며 자기 만의 독창성을 가졌다고 

으스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맨 처음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청년 시절을 떠올린다.

그 시절에 내가 읽었던 

장정일의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청년 노동자의 고된 노동 중에 잠깐 휴식의 시간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고

나 또한 그 시절은 청년 노동자의 삶을 살았다.


모든 예술가들은 가혹한 노동자들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뤽상부르 공원에서 

비둘기를 잡아다 먹으며서 글쓰기를 해야만 했던 헤밍웨이

부동산 부자인 아버지를 멀리하고

배를 곯으면서 글쓰기를 했던 폴 오스터

도박 중독에 걸렸던 도스토예프스키

버어마에서 식민지 영국 경찰관으로 근무했었던

조지 오웰

보들레르,

프로이트와 니체


시를 버리고 아프리카로 간 랭보

그들 모든 작가들은 노동자에 버금가는 가혹한 글쓰기의 밤을 지새웠던 사람들이다.

밤을 지새워 공부를 하고 문장을 탐독하고 읽고 분석하고 숱한 작가들의 책들이 날이 날마다 우편함에 채워지는 걸

마다 하지 않았던 평론가 김현에까지

그들의 글과 평론은 가혹한 노동의 강도가 창조성의 형식을 띤 것에 다름 아니다.


그들에 비하여

쓰잘데기 없는 잡문이나 쓰면서

작가 랍시도, 으스대는 숱한 

문학에 아류에 문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이들이

소위 자기 도취에 빠진 얼치기 들의 글을 읽고

그들의 언행을 들어보면

 세상에는 참 노동의 가치가 

에술로 드러날 때의 위력과 파장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이들이 참 많이 있구나. 

세상에 쓰여진 책의 절반을 팔리지 않고 

팔린 책의 절반은 읽히지 않고 

읽힌 책의 절반은 기억에도 없다 하지 않는가.


나는,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삶과 예술로 자기를 아낌 없이 낭비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사랑한다. 

그런 사람들이 책꽃이에는 또 얼마나 많은가.

나와 우정을 나누는 멀고도 가까운 이웃은 얼마나 많은가.

그들 모두는 가혹한 노동자의 삶을 예술의 삶으로 바꾸었다.

그들 밤을 지새는 노동의 강도를 생각해 보라.


하찮은 얼치기 글쟁이 흉내나 내면서

진정한 삶의 밑바닥을 이야기 하는 이웃의

얼굴, 얼굴색, 그들의 어깨, 걸음 걸이. 

어눌한 언행들 흐려진 눈빛

그들의 거친 욕설과 폭음

낭비와 도발을 어떻게 이야기 하고

이해하고 사랑의 언어로 치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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