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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ul 05. 2021

라파엘 소이어

  개인적으로 내가 처음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구 동성로에 교보문고가 처음 막 들어섰을 무렵, 마크 로스코 화보집의 표지 그림을 보았을 때였다. 그림을 보는 순간 색채에 매력에 빠져 화보집을 사게 되었다. 이후 화보집은 수 없이 내 손에 들춰지고 손때가 묻고 몇 번의 작업실 이사를 하는 사이에 사라졌다.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은 내게 그림을 보는 데 마치 몸가짐을 가지런하게 하는 어떤 경외감을 갖게 하는 심연이되되었다.  

  로스코의 그림에서 당시 내가 느꼈던 것이 바로 소이어 그림에 인물들이 보여주는 실존의 위기, 아픔, 상실, 노동현실, 그리고 내적 고요와  깊은 명상 그리고 노동하는 신체의 모습 같은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순전한 내 개인적 인상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얼굴을 대면한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 숱한 거리의 사람, 주변인들, 또는 지인들과 유명인들. 그 많은 얼굴들에게 우리는 숱한 인상을 받고, 거부하고 호감을 느끼고 비탄한 연민을 갖거나 기피하거나 흠모하기도 한다. 얼굴이 주는 인상을 통해 화가는 현재성 삶의 전반부를, 얼굴성이 드러내는 내면을 통해 인생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의의를, 그리고 현실의 부조리를 얼굴의 언어로 드러낸다. 비단 이와 같은 표현은 화가들만의 몫이 아니다. 그렇게 바라보는 화가의 눈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다. 그 눈은 바로 '사랑의 눈'이다. "사랑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없다."라고 시인 이성복은 말했다. 사랑의 눈은 연민의 눈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직시하는 눈이기도 하다. 비참한 현실은 극복이어야 하면서 동시에 직시이기도 하다. 이러한 눈은 종교가 가져야 하고, 국가 제도가 가져야 하며 인류 보편적 가치로써 우리 안에 도덕률로서 내재되어 있기도 하다.

 롤랑 바르트, 라캉과 같은 철학가들은 말한다.  

 >> 내가 말한 것이 곧 나이며, 내가 쓴 글이 곧 나이고, 내가 표현한 것이 곧 나이다. << 


 하물며 어질러진 방을 보면, 방바닥에 흩어진 사물들이 나를 표현하고 있기도 하여. 가끔 어질러진 방에서 달아나고 싶은 때가 있지 않은가? 그때의 나란, 나의 내면이란. 



Raphael Soyer - Annunciation [1980]




   라파엘 소이어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예술이 살아남으려면 인간과 그들의 삶과 시대를 묘사하고 표현해야 한다. 소이어(Borisoglebsk, Russia, 1899 - New York City, 1987)는 평생 동안 인간의 내면을 탐구했다. 수태고지는 어떤 생각에 사로잡힌 두 젊은 여성의 조용한 모습이다.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메시아를  품을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을 가리키는 성서 제목은 현생과 삶의 신비에 대한 암시적 의미를 가리킨다.


 Office Girls



Office Girls" by Raphael Soyer. 1936. Whitney Museum, New York City.

Working Girls Going Home



Dressing Room Artist/ Soyer, Raphael , 



Raphael Soyer - Cafe Scene




  소이어는 표현주의 예술에 대한 믿음과 의지가 확고했다. 1940년 말과 1950년 초 추상예술의 지배적 힘에 강하게 반해했다. 그는 "나는 예술에서 현실주의자이며 인본주의자가 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Portrait of Raphael S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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