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뤼미나시옹 Jul 07. 2021

한지에 담다

윤순원

그 사람의 마음이든, 하룻밤의 꿈이든, 달의 왜곡이거나 헛소리만 늘어놓은 술판이든

난전에 시끌벅적한 가운데 스친 얼굴이든, 후미진 골목의 식당 벽에서 보았든 달력 그림이든

난해한 시를 읽은 후에 심경에 어른거렸던 이미지든

변화지 않고도 변하고, 머물지 않으면서 머물고, 돌아오지 않지만 매일 돌아오는 그리움이든

바스락거리는 한지에 담아서 오래 묵히고 담백하게 바라보는 것

파슬 파슬!

얼마나 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우리 생의 한가운데는 매일매일 그러하다. 

고봉의 밥그릇처럼 흰밥처럼 매일 그러하다. 

달과 흰구름의 풍경 같이 그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파엘 소이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