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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부터

by 일뤼미나시옹

그대로부터



바람 안에 바랜 억새의 서걱거림

그대로부터


마른 들 어딘가 새소리

그대로부터


찰방거리는 새물결은 이전 물결의 노래

가고서야 알게 되는

그대로부터의 물결


지는 해 곁에서 새를 재우는 나뭇결의 잠결

그대로부터


희고 검어지는 새 검어지고 휘어지는 새

몸피 그대로부터


울음에 지친 밤도 밀려나지

후우, 그대로부터


바깥에 산재해 있는 몸 들의

농도 그대로부터


개울물에도 언발이 있어 웅숭 깊은 골에 멎은

그대로부터


바람에게 몸을 다 주었구나 그대로부터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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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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