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결

 

 어제는 바람결에 빨랫줄의 팬티가 사라졌습니다

 팬티에게도 결에 맞는 바람이 있나 봅니다

 어제는 취객의 한쪽 어깨가 몸뚱어리를 화단에 처박아 놓고 달아났습니다

 어깨에도 결이 맞지 않는 몸뚱어리가 있나 봅니다

 또 어제는 방글라데시에서 왔고 미얀마에서 온 처녀들이 고향의 별을 금산공단 하늘에서 뽑아버렸습니다

 같은 별인데도 결에 맞지 않는 밤하늘이 있나 봅니다

 서북 행 버스의 결에 맞는 실종은 누가 제격일까요

 내 결에 맞아서 밑줄 친 문장들은 덥고 나면 달아나는지요

 이래도 됩니까.

 ‘상해반점’을 ‘살해반점’으로 읽은

 오독의 날

 수그리다 수련이 된다는 물거울 연못에도

 결에 맞는 전설이 있어야 하나요

 그대 산책 중에 들여다본 물속 흰 구름은 그대 생의 후경으로 흘러갔습니다

 어째서

 생의  결에 맞는 절망이 가을 같으면 안 됩니까

 옥양목 펄럭거리는 들판의 집 빨랫줄에 내 생의 결을 걸어놓았으니 그대 눈에 보기 좋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