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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an 01. 2022

측면에서

 


 측면에서

 - 김정용



 두 아들이 공무원인 옆 동네 노모가 누더기를 입고 콧물을 흘리며 비척거리며 파지를 줍네


 한설 없이 북풍만 몰아치는   휘어진 억새밭으로 가서 함께 휜다


 한 가지로 살아라, 바람에게로


 수군거림이 들끓으면 열외자가 반드시 하나 만들어진다 창문이 덜컹덜컹한다. 심장이 뛴다. 열외자의 창문은 굳어 있다

 

박수를 받으며 등장하고선 추문의 날개를 펴고 사라지는 사람에게로 장미는 피기를 멈추었다


 붉은 것을 붉다 흰 것을 희다 검은 것을 검다 물길이 말라버린 냇가에 돌에게서 내 인식의 색은 드러났다


 마을의 구리종 들이 동시에 울린다 내 심장이 울린 타종이다


 붉은 창문이 열리더니 라면 국물을 밖으로 버린다 그날부로 새들의 외면을 받을 집이다 공중 모독


 별들이 서로에게 빛을 발하는 연애의 목격

 해독은 의외로 단순해서 시인의 소재로 쓰지도 않지


 뿔뿔이 흩어진 가족이 다시 모이길 바라는 이가 있겠지만 모이면 하나 남은 헌 집을 팔고 찢어질 텐데

 

 수군거림의 맨 처음은 달콤한 장미였다 수군거림이 퍼트린 뒷담화도 무성한 장미로 읽힌다


 하루 백합을 먹고살았던 날

 하루 해변에 닿아서 막연했던 날

 누가 목격하고 기차 안 여행의 목격담으로 떠들었다


 창을 스치던 새들이 들었다 숲을 들쑤시던 어린 새들이 들었다 흰구름을 갈가리 찢는 바람도 들었다, 마을의 수군거림 가운데 피는 장미의 목격담


 갱도를 파 들어가는 직업 외에 안 해 본 것 없는 이와 함께 공사판 베니어판 위에서 계란 프라이를 얹은 토스트를 나눠 먹었던 여름날의 소금기 밴 남방셔츠가 갱도를 파러 간 그이의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틀이면 닿고 하루 동안 울고 사흘 만에 장례를 치르고 보름 만에 시를 쓰는 자의 어머니 이야기는 안 슬프다 제발


 어른들 틈에서 뼈다귀 해장국을 퍼먹는 아이의 불콰한 얼굴에 굵은 땀 왠지 슬프다 어른 입맛을 너무 일찍 배워 잃어버리는 아이의 입맛


 코로나 주사를 맞고 일주일 넘도록 심장에서 핏톨기 돌아가는 소리를 듣는 심장 실감 서산에 해 빠지는 듯한 심장 실감


 사과는 섞어가는 제 부위를 비스듬히 견디고 있었다

 늙은 사과를 칼로 벗기고 알맹이를 접시에 올려두면 사과는 비스듬한 기울기를 찾아 멈춘다

 뭔가 힘들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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