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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북쪽

by 일뤼미나시옹


나무의 북쪽

-김정용



속성으로 자랐더니 속성으로 자랐다고 도끼로 찍어대네


내 발음이 너덜너덜 해 질 때까지 너를 발음 했어


부정적 이니까 더 가까이 오네, 부정적 이니까 더 깊이 있어 보인 다고


거기서 기다리면 나무의 북쪽, 너를 찾다가 나무의 북쪽


망치와 정으로 쪼아대는 석공의 하루 종일이었어


부정적 이니까 검은 면사포에 숨은 백지장 얼굴 같나 봐


중국집 주인 여자가 배달 오토바이를 버리고 달아난 마을의 무성한 뒷담화

도끼로 잘라버리면 더 무성해지겠지


사기그릇 깨진 소리가 박혀 있는 공중을 귀 기울였어


반지하로 가는 햇살이 강할수록 생활난이 빼곡 해


고해소가 되려다 새의 발목을 비트는 그물망 되었어


수음 끝난 직후의 몰아치는 죄의식은 영양 상태와 연관이 있나봐


몇 해 째 캔 커피를 사 들고 돌아가던 구멍 난 체육복 바람의 백치녀의 성당 옆 길


속성으로 아프자 기다리지 말고 앞당겨 아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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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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