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가난한 가족

by 일뤼미나시옹


Gino Severini

La famiglia del povero Pulcinella (1923)




가난이란 단지 금전적 가난만이 전부가 아니다.

노래를 모르는 가난

예술을 모르는 가난

예술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가난이 진짜 가난이다.

시를 모르는 가난

한 점 그림이 주는 아픔이나 환희를 모르는 가난

추상 그림을 해석하지 못하는 가난

밤의 공기 속을 시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적 가난

사랑을 알면서도 사랑을 하지 않는 가난

밤을 지새워 피아노 소나타를 들어보지 못하는 가난

이해 불가한 문장이 빼곡한 철학서를 읽어내지 못하는 가난

아름다운 들판을 입방미터 당 얼마일까 돈으로 환산하는 가난

돌과 돌 사이로 흐르는 수원지의 물이 하류 하면서 오염되는 물의 아픔을 모르는 가난

그 많은 가난 살면서

굳이 돈에게 얽매인 가난만 증오하고 혐오하다니


아름다운 음악에 심취해서 시간을 잃어버리는

향유의 시간을 어떤 부의 척도로 가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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