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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 김정용


孤,

발아래 빛 고운 잔모래의 개울은

가뭄에 틈을 내며 깊어진다, 깊어지면서 돋아난

돌들, 광활함이 낳은 알들


孤, 에 깨어나려면 광활함에 붙들릴

수밖에


孤, 천지가 가물다

했는데 수양버들 냇가에

혼자라서가 아니라 첫 파릇이라서

첫 파릇이

맞장구칠 파릇이 없어서

입술이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불탄 공장 옆

그을음에 그을린 물

오도 가도 못하고

쥐 잡는 끈끈이에 들러붙은 듯이

물 색을 잃어가는

큰 비에 젖지 못하면 출발이 없는


어딘가에서 넘치도록 와 주어야

외로움이다


孤,

파리한 조약돌이 눈에 박힌

창 곁으로 새가 지날 때 새를 먹고 눈을 내어준


왜가리의 돌연한 자동차 앞 비행

경외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고

광활한 외로움에, 아

중생대로부터 이어받은

천지간의

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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