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뤼미나시옹 Feb 12. 2022


 

 - 김정용 


 孤, 

 발아래 빛 고운 잔모래의 개울은

 가뭄에 틈을 내며 깊어진다, 깊어지면서 돋아난

 돌들, 광활함이 낳은 알들


 孤, 에 깨어나려면 광활함에 붙들릴

 수밖에

 

 孤, 천지가 가물다

 했는데 수양버들 냇가에

 혼자라서가 아니라 첫 파릇이라서

 첫 파릇이

 맞장구칠 파릇이 없어서

 입술이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불탄 공장 옆

 그을음에 그을린 물

 오도 가도 못하고

 쥐 잡는 끈끈이에 들러붙은 듯이

 물 색을 잃어가는 

 큰 비에 젖지 못하면 출발이 없는 

 


 어딘가에서 넘치도록 와 주어야 

 외로움이다

 

 孤, 

 파리한 조약돌이 눈에 박힌 

 창 곁으로 새가 지날 때 새를 먹고 눈을 내어준 


 왜가리의 돌연한 자동차 앞 비행 

 경외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고 

 광활한 외로움에, 아

 중생대로부터 이어받은  

 천지간의 

 孤.






작가의 이전글 36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