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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1. 2022

36도


36도

 -김정용


 소금을 먹어라 늑골에서 가족의 그늘이 빠져나간다 맹물에 밥 말아라 오이냉국을 마셔라 담벼락이 흘려놓은 마른미역 같은 그늘에 몸을 말아라 젖은 미역 다발이 되어라


 서러울 겨를 없다 고등어구이 같은 등짝으로 서러울 겨를 없다 눈에 불이 켜지는 36도 망치 든 너를 꽃을 든 싯달타로 바라볼 겨를 없다


 인생 역전을 이야기하자 이 생에 당첨된 이 몸의 사용처 연장의 피로에 빗대어 보자 잘못 굴러온 돌을 치우면서 씨앗의 온도에 대해 이야기하자 녹고 있는 양산에 대해 이야기하자  뜨거운 돌은 달에 식는다


 어떻게 그대 몸에선 설거지물 냄새 흰 밥 냄새 간장 조림한 듯한 달셋방 냄새 무말랭이 냄새와 새우젓 냄새가 한꺼번에 날 수 있소


 소름 돋는 이야기를 하자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한 이야기를 하자 부패의 속도에 대해 이야기하자 36도에 휘발된 영혼에 대해 이야기하자 어쩌자고 길의 끝에 닿아서 죽는지 이야기하자 달을 모르면서 달에 죽는 이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알람 소리에 미수에 그친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자


 어린나무는 큰 나무 밑에 가고 싶다 큰 나무는 어린나무의 그늘을 씹고 싶다 어린나무는 큰 나무 그늘을 훔치고 싶다 큰 나무 그늘은 어린 나무 그늘에 발을 담그고 싶다 어린나무는 백일홍 중이고 큰 나무는 백일몽 중이다


 달에 식어라 땀을 끓여낸 양은 냄비 같은 눈자위야 달에 식어라 송이를 모두 빼앗긴 포도나무 같은 휴식아 달에 식어라 빵을 나누는 휴식 중에  잠에 기력이 빼앗 옹이  손가락아 달에 식어라 발을 내어놓으면 머리끝에  달이 찾아온다 발을 주고 달에 식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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