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
- 김정용
내가 단벌 매미 허물 같지 않은가
입구에서 무릎을 꿇고 일어나 시작하는 산책
타고나기를 빈빈한 걸음이지 않은가
시편을 읽거나 불경을 독파해 보려 했으나
빈빈하게 써 내려가는 시를 쓰는 방
단벌 매미 허물을 매일 입기로 한다
숙이고, 경배의 허리로 들어야 하는 물소리가 있지 않는가
멈추고, 경외의 손을 가슴을 얹고 산더미로 읽은 공중이.있지 않은가
멈추고, 돌 하나에 잿빛 시간을 읽어야 하지 않는가
멈추고, 눈으로 네가 피는 걸
사방의 심장으로 들어야 하지 않는가
단벌 매미 허물 한 벌
벗고 나면 다시
멈추고, 천천히 거울 앞에서 너를 입어야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