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없는 날들

칼 빌헬름 홀소에

by 일뤼미나시옹

식물에 빛

실내의 빛

볼살에 빛

고독에 빛


새로운 책을 위해 고독은 좋은 것이다. - 버지니아 울프 <일기>

버지니아 울프는 소설가니까, 그럴 수 있다.

소설가가 아닌 사람에게도

새로운 책을 읽기 위해 고독은 좋은 것이 아닌가.

새로운 책은 새로 구입한 책이 아니라

한 작가의 책을 몽땅 한 계절에 독파해버리는

고독 말이다.

그 작가의 문장을 모조리 작살(독서) 내 버리는

독서 말이다.


밤낮으로 읽고 나면

여름의 끝에 닿는다.



운동하고 밤을 지새우고 그 사이 독서를 한다. 운동하고 밤을 지새우고 그 사이 독서를 한다. 운동하고 밤새고 그 사이 독서를 한다. 여름은 우울증을 앓고 우울에서 벗어나길 반복한다.


제목도 없이 매일 하루가 지나간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열린 현관문으로 무연히 들어와

검은 마루에

보이지 않는 고양이

발걸음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