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Monet : The river Thames in London. (1903:04) ( 82 x 92 cm)
해 질 녘의 새떼들이 날아간다. 나는 손을 뻗어본다. 그네들의 비행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언제 한번 그들과 함께 동행해 볼 날은 없을까 하고 말이다. 그네들은 피아노를 치듯이 허공의 건반을 디디며 음악이 되고, 희미해지고, 먼 풍경이 되고, 낡은 신발이 된다. 지상에서의 삶에서 하루도 달아나지 못하는 나로서 새떼들의 비행은 동경이면서 동시에 동정심이 교차한다. 허공에 살을 내어주면서 날아가는 빈 쭉정이 날갯짓으로 일가족과 무리들이 밤을 새워 대륙을 횡단하는 유랑의 생. 어느 별밤의 지도를 따라 날아가다, 늙은 어미새는 새끼들 모르게 지상으로 추락하기도 하겠지. 희미한 어미의 기억을 안고 새끼들은 비행을 멈출 수 없겠지. 그들이 하오의 어느 호수에 도달했을 때, 강변에 닿았을 때, 수풀 우거진 하구에 당도했을 때, 무리의 개체수는 줄어들었을 것이고, 어린 새끼들은 그 사이 눈에 광채를 띄며 살아낼 날들의 앞날을 예감하고 있겠지. 서쪽 하늘의 노을이 검붉어지는 겨울. 지상의 어깨 한쪽이 시리다. 더불어 회색빛 외투를 입은 그네들의 여독이 풀리는 동안 내 어깨도 함께 시리고 아린 겨울나기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