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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Dec 29. 2015

샤갈- 독서하는 벨라와 꽃병의 꽃

 


 언제였던가. 네가 책을 펼치고 고개를 숙였던 옆모습. 네가 읽은 책의 내용을 보여주듯 화병에도 사연이 많은 각가지 꽃들이 피어 있었다. 꽃병에 꽃들은 창으로 스며온 햇살을 받아 저의 눈부심을 몇 배로 부풀려서 책을 읽는 너의 얼굴과 책을 비추었다. 짙푸른 실내는 적막감이 돌았지만, 화병의 꽃은 내가 너의 옆모습을 바라볼 때의 눈부심과 같은 것이었다. 지금도 기억한다. 그해 여름의 늦은 오후를. 고요하지만 깊은 호흡이 만들어낸 푸른 공기 속에서 책을 펼치고 있던 너의 모습을. 귀밑머리 흘러내리던 너의 독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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