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 II
들으면
가을을 살았던 국화꽃이 자기를 바수는 중이지 않은가
범종은 바닥을 쓸어주는 나이가 아닌가
결정체에서 피륙에까지 한 울림이지 않은가
구리궁전에 살면 구리궁전에 녹슬지 않는가
그윽이 경배할 때 나는 세상 밖이 된다
경청하는 눈으로 걸음이 없지 않은가
먼 산 보다 자빠질 녀석이라 말했던 아버지의 예언이지 않은가
무지갯빛 발을 젖히고 중국집 의자에 앉아 허겁지겁 비워지는 짜장면그릇 같지 않은가
울어주는 새의 등허리처럼 세상의 밀기울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