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을 상상하다
수직은 말뚝박기. 삼각형은 질문이고, 갈등이다. 수평선은 보행이면서 닫힌 물. 사각형은 햇살 없는 새장이다. 동그라미는 자기구원이다. 수직은 진리가 되고 싶은 경계석,. 삼각형은 갇힌 새. 사각형은 자살을 위한 오브제다. 원은 다시 자기 구원을 찾아 구르고, 삼각형은 자기 감금이며, 별은 일그러진 자기연민이다. 수평선은 단애를 찾아내고 수직은 달팽이, 파란 삼각형은 앵무새,검은 직사각형은 거북이, 수평선은 코끼리와 코뿔소, 회벽에 기댄 수직은 철학을 구하는 말뚝박기, 수평선은 비단결 새를 앞세워 당신 옆을 지나가고, 삼각형은 환유를 마시는 술 잔, 동그라미는 자기 구원을 위한 수행승, 수직은 다시 일어나서 자세를 곧추세운다. 수평은 물이고, 삼각형은 이웃이 없는 자궁이고, 보랏빛 사각형은 묘비석이며, 원은 돌아오지 않은 사막이다. 내장을 가진 물은 달의 누수. 진흙을 묻힌 외투가 날아오른다. 아버지들의 어제, 아버지들의 오늘이 바랬다. 바래서 희석된 하늘에서 더 희석되었다. 날개를 가진 아버지들이 늙어버린 들판에서 역삼각형으로 꽂혀 있다. 몽상이 끝난 사각형은 창이 된다. 새가 통과하는 창이 된다. 그러나 밑그림은 있다. 죽은 일가족의 검게 탄 흔적이 그 배경이다. 별을 가진 창 마다 어둑한 해거름을 기록한다. 사선은 칼자국처럼 가족의 비애를 추상으로 희화한다. 갇힌 못이 몸을 틀고 빠져나온다. 갇힌 돌이 맑은 몸을 하고 흐르는 물결에서 빠져나온다. 직선의 미학은 생의 지팡이가 된다. 허리가 휜 물새가 멀뚱허니 자기를 비쳐본다. 아직은 덜 어둑하다. 날개를 꼭 잠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