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고 부품한
농협 365코너 앞 뻥튀기 쌀과자를 산더미로 쌓아놓은 트럭이 있다. 희고 부품한 뻥튀기 쌀과자들 봄꽃처럼 화사하다. 혀끝을 갖다 대면 금세 녹아버릴 희고 부품한 쌀과자를 보자니 내 마음 몹시도 부풀어 오른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말. 한 번도 흥얼거리지 못한 가락, 혹은 마음의 탄식이 일어난다. 봄밤에 희고 가벼운 것들을 보자니 마음이 몹시 아리고, 털썩 주저앉으면 봄밤이 끝나도록 일어나질 못하겠다.
아까부터 트럭의 주인은 커다랗게 트로트를 틀어놓고 한 소절도 틀리지 않고 따라 부르며 노점 앞을 어슬렁거린다. 나의 귀는 세상의 노래란 노래 모두에 관심이 있는 터라, 남자의 노래를 몰래 귀담아 들어본다.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앉아 있는 탓에 노랫가락에 물기라곤 찾아 볼 수 없이 몹시 탁하고 까칠까칠하여, 키득키득 웃음이 나올 것도 같지만. 그래도 노래는 노래인 것. 희고 고운 목련꽃잎 닮은 쌀과자들 들썩들썩 일어나 꽃잎처럼 날아갈 트로트. 내 마음도 그렇게 희고 가볍게 따라 불러 들썩거릴 트로트. 희고 가벼운 것들 모두 이 봄밤 어디 멀리로 사라지게 할 트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