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물
유로낚시터의 물은 갇혀 있다. 폭우가 내려 범람하지 않는 한 낚시터의 물은 둑에 막혀 꿈쩍 할 수 없다. 물을 가운데 두고 수많은 낚시꾼들이 물을 둘러싸고 있다. 춘삼월 햇살 받고 있는 물에게 낚싯대를 찔러넣고 있다. 바깥에서 길러진 물고기들이 물 속으로 풀어진다. 이곳의 물은 물고기를 키울 수 없다. 이곳에 풀어진 물고기들은 살이 찌고, 느리고, 탐욕스럽게 길러졌다. 낚시바늘에 달린 미끼를 보면 식욕에 상관없이 물도록 길러졌다. 바깥에서 길러진 물고기들은 커다란 덩치에 비해 저항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멕아리 없이 물밖으로 달려나온다. 운명적으로 이곳의 물과 물고기들은 관리되고 양식된다.
춘삼월 햇살 맑은 날. 겨우내 무거워진 몸 햇살에 내맡기고 낮잠자기 좋은 날. 둑방 위로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묵은 피로 풀어지는 날. 유료낚시터의 사람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물의 수면도 긴장으로 인해 당겨진 천처럼 팽팽하다.
물은 흘러야 하거늘, 모난 돌에 찢어지면서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하거늘, 물고기들 물의 흐름을 거스르는 모험을 하고, 자기의 영역을 벗어나는 기고 긴 유랑의 생을 살아야 하거늘, 사방이 막힌 물은 늙은 창부의 자궁처럼 산 그림자를 껴안고 시커멓게 벌어져 있고, 낚싯대들 그 속을 휘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