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가에서

창가에서 - 동백

by 일뤼미나시옹


동백


동백. 커피 전문점 앞 입구에 놓인 동백. 굵은 철사가 칭칭 감고 있는 동백. 그래도 제 몸의 붉은 살점 도려낸 듯 붉은 꽃 하나 매달아 놓은 동백. 내가 한 아이의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했을 때, 오래도록 받질 않아 끊으려고 할 때, 멀리서 촉수 낮은 알전구 켜지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곤한 잠에서 겨우 일으킨 몸에서 나온 음성. 밤 새워 공장일 하고 돌아와 하오의 잠을 자는 여인의 몸이 만들어낸 말. 커피전문점 앞 동백나무 화분 밑에는 힘없이 제 빛을 잃어가는 꽃망울 하나 떨어져 있다. 바닥에 얼굴을 묻은 채 시름시름 색과 향기를 잃어가는 동백. 괴테는 죽어가면서 빛을 달라고 했다는데, 가지 끝에서 한 철 지나자마사 싯누렇게 앓고 있는 동백의 하오여. 핏기 없는 안색을 하고 돌아와 잠이라는 가지 끝에 매달린 동백꽃 한 송이 같은 몸이여.

keyword
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3,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