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뒹군다
거꾸로 가자. 혼란을 허용하자. 금을 내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자. 빈약한 기억에 의존하지 말자. 질서와 정돈 논리와 결말에 매달리지 말자. 전복과 일탈을 옹호하자. 돌들이 마당을 뒹군다. 풀들이 발아래로 달려간다. 가을 햇살은 붉고 돌들의 얼굴은 잿빛이다. 나무들은 어떤 결론을 냈나. 빈 들에 서 있는 흰 옷 입은 새는 물음표처럼 꽂혀 있다. 낡은 질문을 하지 말자. 아득히 아득히 먼 곳에 있는 답을 향해 질문을 하자. 부서진 조각을 맞추지 말자. 고장나기를 바라자. 곧은 길을 돌아가자. 바람에 낡은 의자가 삐걱거린다. 죽음이 온다는 것을 생각하자. 전부를 원하면 전부를 주는 수밖에. 집 옆을 흐르는 냇물은 세월의 두께로 깊어졌고. 여행을 끝낸 돌과 여행을 시작하는 돌들이 모여 있다. 간섭하지 말자. 낡은 생각을 그들에게 주지 말자. 돌 계단에서 수 십년 살았던 돌이 돌 계단을 빠져나와 달린다. 공중을 날으는 새와 진흙에 박힌 새발자국. 하나를 빼버리자. 더 하지 말자. 꼭 하나씩 빼버리자. 삐걱거리고 흔들리고 무너져내리는 것을 만나자. 하나를 빼버리자. 덧대고 보태는 것에 싫증을 내자. 나는 내 밖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