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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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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Nov 06. 2023

창가에서 - 즉흥

   즉흥


  즉흥은 직관이며 소멸이다. 즉흥은 탄생이면서 동시에 소멸이다. 즉각적인 감흥이면서 순간의 불꽃이다. 즉흥은 사흘 꽃도 아니고 하룻밤의 봄비도 아니다. 즉흥은 눈빛이며 한 순간의 슬픔이며 한 순간의 온기며 질투다. 즉흥을 믿으면 안 된다. 즉흥은 종교가 아니다. 즉흥은 메시지가 아니다. 즉흥은 이미지며 즉흥은 직관이다. 즉흥은 수수께끼다. 즉흥은 즉시 주고 떠난다. 즉흥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즉흥은 절대 소유할 수 없다. 즉흥은 자기 안의 괴로움과 관능과 사유를 동시에 생성하고 발산한다. 즉흥은 유랑이며 모색이다. 즉흥은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이다. 즉흥은 누구의 것이 아니다. 즉흥은 훔칠 수 없는 입술이다. 즉흥은 풀어헤칠 수 없는 앞섶이다. 즉흥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즉흥은 감각이고 심연이다. 즉흥은 마음에 숱한 선들 긋는다. 즉흥은 물감이고 도화지고 붓이고 공간이다. 즉흥은 씻김굿이며 찬물 세례다. 즉흥은 믿어서는 안 된다. 즉흥은 훔칠 수 없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미 훔쳐버린 마음이다. 그 말이 꼭 하고 싶다, 그 말은 즉흥적인 순간의 진실이며 동시에 아름다운 한구절의 시구다. 즉흥은 시간이 없다. 일순간에 태어나서 영원을 가진다. 즉흥은 마음에 잠재되었다가 나타나는 무의식의 발로이다 하지만 즉흥은 따뜻한 외투와 같다. 갖고 싶으면서 가지지 못한 외투다. 빗방울 진다. 지는 마음에 먼지가 일어난다. 무언가 말을 하였다, 이미 말한 언어가 눈에 있다. 눈에 한가득 별이 있는 아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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