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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an 20. 2024

울다

울다

 -일뤼미나시옹


절도 암자도 거리도 우산도 없는 고양이가 울고 있다

피부가 아니라 하늘이 울어라 불어라 바람을 일으켜 고양이를 울리고 있다

없는 파도가 고양이를 울리고 있다

없는 피아노가 고양이의 밤하늘에서 울고 있다

나는 삭발을 하고 고양이를 울린다

바다도 사막도 없이 고양이가 울고 있다

어미가 버려진 어미의 비탈에서 울고 있다

새끼가 새끼의 거울을 보고 울고 있다

밤이 외로워 피부를 가지려고 고양이를 울리고 있다

흐리고 나서 지친 흐림이 물렁뼈를 찾으며 고양이를 울리고 있다

어디로 와서는 갈 곳이 있는 듯 고양이가 울고 있다

생선을 주랴 비린내를 주랴 내 선혈을 흘려주랴 내가 고양이를 울리고 있다

사랑의 응시를 주고 나면 응답이 오는 별의 밤이 고양이 주파수를 펼치고 있다

거기서 내가 너를 형언하면서 잔의 수위에 울음의 수위를 낮추면서

아름드리로 울고 있다

왜소한 밤의 기록을 남기고 고양이가 창문을 울리고 있다

우린 모든 고양이 밤별 검은 구두로 우는 검은 기록물

우린 만화경 없이 사랑을 살피는 민들레의 구도

우린 편경을 치는 바람의 통증으로 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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