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마리아 보체우스카 : 체스

Maria Boczewska : Chess

by 일뤼미나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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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무 아래 사내들의 체스 게임이란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물 건너 번잡한 도시에서 밀려난 사내들의 체스 게임이란 얼마나 무료한 것이냐. 그들도 여기 근처를 몇 날 째 어슬렁거리다 서로가 서로의 심정을 알아버린 것이니. 세상에서 밀려난 자들에게 체스 게임이란 또 작은 승패를 가르는 게임. 이미 밀려난 생에게 하루치의 위로에 다름 아닌 것을. 희고 아름다운 피부의 나무들은 물들 이파리를 자랑하며 체스 판 위로 잎 잎을 떨궈내지만, 세상의 아버지들이여! 구조 조정당하고 실업의 처지를 가족에게 알리지 못하는 무거운 등의 아버지들이여!

가을나무들아. 이 체스 게임 끝나더라도 갈 곳 없는 아버지들 등에 너희 위로의 손바닥을 올려다오.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나지 않게, 쓸쓸한 가을 느낌이 나지 않게, 시린 바람의 느낌을 알아채지 못하게, 미열의 잎을 올려 줄 순 없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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