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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Dec 25. 2018

나의 바다에게 2

레옹 스피리에르



포도주가 이와 같은가?

우리는 포도주를 따르고 조용히 침묵했다.

가만히 서로가 가진 침묵의 언어를 경청했다. 

낯선 언어였다. 

낯선 언어는 우리들 마음에 조금 서걱거렸다. 

우리는 서로의 언어에 발자국을 남겼다.

얼굴을 바라보았고, 얼굴에서 음악을 읽었다.

가까운 멂.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살결을 부르고 입술을 불렀다

얼마나 먼 곳으로 우리는 넘어갔는지

먼 바다의 출렁거림이 몸이 되었다

격랑 하는 침잠. 침잠의 격동이 동시에 일었다

낡은 언어는 사라졌고

새살이 돋는 언어가 생성되었다.

아득했고. 멀리 갔지만 그곳에서 다시 또 아득했다

얼마나 희고 적요하고 선명하고 심해의 질감이었던가?

나의 바다여,

다시 오는 나의 바다여,

다시 돌아오기 위해 돌아간 나의 바다여

해변은 심해의 피부

너를 닿으면 너의 심중을 읽게 되고

너를 겪으면 너의 격랑을 겪게 되고

너를 감싸면 너의 황홀을 살게 되지

다시 돌아간 나의 바다여

여진처럼 내게 남아 있는 너의 여파

층층이 켜켜이 재워진 너의 여파로

앓아누우면 

몇 겹 층위를 이루는 우리 물결의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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