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사랑

아그네스 마틴 : 사랑

by 일뤼미나시옹
Agnes Martin. 1912-2004. Love. 1999. Acrylic and graphite on canvas. Hannover. Sprengel Museum.jpg


사랑


네가 아프면 아픈 물이 아픈 물에게 흘러들어 아픔의 농도를 희석시킨다는 것을


네가 아프면 상처 낸 돌이 상처 난 돌에게로 굴러간다는 것을


네가 아프면 밤의 결이 밤의 결을 껴입혀 준다는 것을


네가 아프면 국화에도 비극의 탄생이 있다는 것을


네가 아프면 나는 베두윈族의 감각으로 네 아픔의 항적을 더듬는다는 것을


네가 아파서 손가락 끝 손톱까지 아픔의 결을 흘리며 초식 동물처럼 웅크릴 때


나는 녹청색 범종의 공명으로 너에게 번져간다는 것을


그대 아는가, 오래전 어떤 물은 우리 몰래 흐르면서 우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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