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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2. 2019

나무 방

Anselm Kiefer, Wooden Room, 1972



키퍼는 원색을 구사하는 다른 신표현주의 화가들과 달리 검은색과 갈색 등을 주조색으로 채택했다. 그의 그림은 절제와 참회의 느낌이 강하게 드러났다. 황량한 겨울 풍경과 신고전주의 건축물의 웅장한 실내공간이 미치 기념비적이면서 동시에 폐허의 장면으로 묘사되었다. 그는 모래와 짚 외에도 아크릴, 유리, 도자기 조각, 납, 기타 금속 재료들을 사용하여 캔버스의 물리적 실재감을 상시 시키고 작품에 은유적이고 연금술 적인 의미를 부과하였다.

작품의 주제와 거대한 화폭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서는 영웅적인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개인적이면서도 어둡고 시적인 암울함이 짙게 깔려 있다. 작품 속에서도 대지는 역사의 상처를 흉터로 간직하고 있으며, 낡은 건물은 폐허가 되어버린 나치 시대의 독일의 문화유산을 묘사한다. 그는 현대사를 화폭에 담은 보기 드문 작가이다. 비평가 로버트 휴는 그를 ‘그의 세대에서 미국, 유럽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화가’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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