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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2. 2019

파울 클레

Fleeing Ghost



우리들 생활의 빈 틈에 살고 있는 유령이 있다. 우리 울 때 따라 울고 우리 웃을 때 따라 웃는 유령. 서너 걸음 뒤에서 우리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게 하기도 하는 장난꾸러기 유령. 또 서너 걸음 뒤에서 우리를 느닷없이 뒤돌아 보게  하거나, 무슨 이유인지 황급히 곁눈질을 하고 도망가고 있다. 때때로 우리들 간절한 바람을 꿈에 보여주고 때때로 우리들 삶에 반성을 꿈으로 암시해주던 머리맡의 유령이  왜 황급히  도망가는 걸까. 커피 냄새도 좋아하고 담배 냄새도 좋아하고 술 마시는 분위기도 좋아하고 아이들 게임할 때 뒤에서 키득거리던 유령이 왜 황급히 이 세계를 떠나는 걸까. 나무판자로 만들어놓은 대문에 아이들 장난으로 대못으로 그려놓은 듯한 유령. 그가 달아나고 나면 이제 우리 샹활에 소소한 재미는 사라질 것이다. 꿈도 없고 뒤돌아볼 여유도 없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적도 없다면 이웃이었던  유령을 잃어버린 셈이다. 꼬마 유령은 이 세계에서 어떤 환멸을 보았던 걸까. 우리  삶에 어떤 불의를 보아버린 걸까. 그가 다시 돌아오면 나는 화려한 색채의 옷을 입고 그와 함께 세상에 없는 환희의 춤을 추고 싶구나. 춤추며 사라지고 싶구나.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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