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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2. 2019

오전 11시





  오전 11시의 햇빛은 그녀 피부에 어떤 촉감일까요. 헝클어진 머릿결로 봐서 그녀는 이제 막 잠에서 깬 듯합니다, 눈을 뜨자마자 창을 열어  두고 두 손을 맞잡은  채 망연해하고 있네요. 그녀를 비추는 빛은 절망일까요. 희망일까요. 밸벳 소파에  몸을 담았지만 '이렇게 살아선 안돼 '라는 절망적인  속엣말을 담고 있는 듯하고, 자리에서 곧장 일어날 듯 하지만, ' 어디에도 갈 곳이 없어' 하는 심경의 표정을 긴 머릿결로  얼굴을  애써 숨기고 있습니다. 오전 11시, 우리들도 한 번쯤  빛 앞에서 자기를 어쩔 수 없어 한적  있습니다. 빛이 닿지 않는 스탠드와 책, 나무의자. 그리고 가지런히 놓인 외투는 죽은 듯, 적막에 휩싸여, 생의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그녀의 심리는 이 시대 우리 모두의 불안 심리 입니다.  그러나

   오전 11시는 닫힌 나팔꽃이 열리고, 열매에 단맛이 들고, 돌에 온기가 스미고, 노동자의 몸에 피로가 몰려오고, 햇살 속에 빨래가 꾸들꾸들 말라가는 신생의 시간이기도 한 것을, 그녀는 알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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