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해놓은 정물화 달랑 한 점 있는 소박한 방. 붉은 테이블에서 카드놀이하는 푸른 연인들입니다. 요즘 같이 비가 잦고 우중충하고 습기 많은 날은 흰 종아리가 드러나도록 바지를 둥둥 걷어 올리고 흙탕물 흐르는 개울물 따라 멀리 여름 산책을 다녀오는 겁니다. 그리고 멸치 다시물에 국수 한 그릇 후루룩 하는 겁니다. 그 사이 장맛비 한 차례 퍼붓고 오후의 계획이 처음부터 없었던 푸른 연인들은 카드놀이나 하면서 한쪽 종아리로 스킨십을 하고 붉은 탁자 위에 카드 패를 훔쳐보는 겁니다. 딱밤 한 대 때리기일까요. 저녁내기일까요 옷을 한 겹씩 벗는 카드놀이일까요. 돈 때문에 선물 때문에 주말 계획 차질 때문에 신경전 벌이고 있는 세상의 연인들아 오늘은 푸른 커플 셔츠라 입고 카드놀이나 해보아. 알량한 것 가지고 싸우지 말고. 카드놀이 끝나면 종아리 걷고 여름 산책을 해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