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뤼미나시옹 Feb 13. 2019

강에도 어깨가 있겠지



어깨



어깨로 패배해 본 적 있나?
어깨가 고해소가 되었던 적은?
어깨의 환각으로 나비가 되었던 날은?
전부가 무너지려 할 때 어깨가 파도가 되어 준 적은?
새가 되려고 미친 듯 파닥거리던  어깨를?
어깨에게도 무언가 할 말이 있음을 알아챈 날은?
어깨로 방향을 가늠해야 했던 날은?
만원 버스에서 어깻죽지로 누군가의 생이 흘러온 적은?
방사선실로 암 치료받으러 가던 어깨를 본 적은?
나사를 조여 주거나 용접이 필요한 어깨를?
진저리 치며 너에게서 빠져나가려던 어깨를?
나무 밑에서 나무의 어깨와 교감한 적은? 
 
이 모든 어깨를 내려놓은 어깨를?

매거진의 이전글 Cloud Trail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