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 한 가득 농익은 체리가 쌓여 있는 창가. 우윳빛 햇살이 몇 겹의 여과지를 통과한 듯 유리창을 통해 내벽을 비추고 흰 양동이를 고요의 절정에 숨 쉬게 한다. 이 고요한 시간을 살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빛이며 내벽이자 양동이고 체리이며 칠이 벗겨진 탁자여야 한다. 사물의 시간을 사는 법은 또한 나를 둘러싼 빛의 농도를 알아채는 것과 같아서, 실내등을 끄고 창으로 투사되는 빛을 통해 사물의 시간을 읽으보면, 그 안에 나와 꼭 닮은 사물 하나가 배꼽 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