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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7. 2019

잔잔한 바다

쿠르베


  쿠르베의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감탄한다. 그림의 아름다움도 그러하거니와 1800년의 싯점으로 그린 그림이 현재에 와서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스타일, 깊이, 색채감, 광활한 심연, 땅과 하늘의 조응. 심연을 건드리는 그 무엇. 언어로 말하기 어려운 그림으로서의 영성. 혹은 시적인 상태... 이렇게 앞서간다는 것을 화가는 알지도 않았을뿐더러. 앞서가는 그림을 그리고자 하지도 않았겠지만, 분명 화가는 자신만의 화풍을 획득하려는 노력을 무수히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탁구를 오랫동안 쳤다.  내 몸에 '탁구'라는 유전자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대단한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늘 내 신체의 다섯여섯 배의 능력을 발휘하려고 할 뿐이다. 아니 그렇게 저절로 된다. 오랫동안 해온 습관처럼. 그러나, 그전에 간혹 내게 탁구 좀 가르쳐 달라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탁구 칠 때는 탁구 라켓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럴 수밖에. 나도 최근에 알았으니까.. 탁구 경력 30년이 넘었는데 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하물며. 인생을, 예술을 내가 어떻게 논하리... 살아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을... 과정인 것을...

 글을 쓰고 나면 나는 교정을 않고 그냥 내버려둔다. 아니 방치하듯 한다. 시간을 두고 다시 보면 엉터리도 이만저만 한 엉터리가 아니다. 나는 다시 교정하고, 맞춤법을 고치고. 문장을 수정한다. 시간을 두고 다시 바라보면 수정하고 고치고 버릴 문장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그렇다. 온통 허점 투성이고 모순이다. 그러나 그것이 뭐 어때서... 다시 고치면 되지... 이런 반복도 지속적이면 효과가 있다. 무조건 글을 만나고 낯설게 만나고 멀리 두고 만난다. 쓰고 나면 내게 아니다. 난 얼마나 내가 엉터리인지 안다.


Gustave Courbet (1819-1870) "Mer calme à Palavas"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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