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레옹 스피리에르
초승달
김정용
이미 오래 전 나는 가슴 한쪽을 뜯어냈다
더는 상하지 말라고 던져버렸다
남은 가슴으로도 충분히 아플 수 있으므로
돌연 추억이란 게 필요할 때
피도 눈물도 나질 않는 세상살이라
느껴질 때, 그런 내가 대낮인데도
하늘을 훔쳐보게 될 때
남은 가슴을 퍽퍽 치면
등뒤의 어둠이 갈라지며
어둠이 토해낸 비명처럼 떠오를 것이기에
머잖아 내게도 그런 날이 잦을 때
꺼내와서 채워보리라
남은 가슴이 받아들일 힘이 있는지
꺼내와서 맞춰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