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를 싣고
조그마한 배가 강을 건너네.
져녁 비를 맞으며
<쉬키>
2
안개 낀 날 -
커다란 방이
휑하고 고요하네.
<잇샤>
3
도시인들
손에 단풍나무 가지를 들고
귀환 열차
<메이세츠>
4
누워서
나는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본다.
여름의 방
<야하>
5
겨울바람이 불어 대자
고양이들의 눈이
깜박댄다.
<바쇼>
6
여름 강
헌 나막신을 한 손에 들고
얕은 곳으로 건너니, 웬 행복인가
<부손>
7
낡이 밝을 때:
보리잎 끝에는,
봄의 서리가
<잇샤>
8
정오에
활짝 핀 메꽃
화염이어라
<잇샤>
9
들판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물은 고요하다
저녁이네.
<부손>
10
패랭이꽃들 위로
여름 소나기가
너무나 거칠게 떨어지는구나.
<삼푸>
11
솟아오르는 첫 태양
구름이 있네
그림 속의 구름처럼.
<슈사이>
12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까마귀가,
버드나무에.
<잇샤>
13
한 마리 개가 짖는다
행상을 향해
꽃이 핀 복숭아나무들.
<부손>
14
작은 고양이가
바람에 끌려 다니는 잎새들
한순간 바닥에 눌러 붙이네.
<잇샤>
15
아이가
여름 달 아래서
개를 산책시킨다.
<쇼하>
16
"아, 내가 계속 살아있을 수 있을지"
여자의 목소리
매미 같은 외침
<구사타오>
17
낮잠에서 깨어,
지나가는 소리를 듣네
칼 가는 사람이.
<바쿠난>
18
밝은 날.
어두운 구석이라고는 없다.
재떨이를 어디다 비우지.
<푸쿄쿠>
19
흰 마편초 꽃들,
더불어 한방중에는,
은하수.
<곤수이>
20
아침, 은행 직원들이
야광
갑오징어들 같구나.
<가네코 도타>
21
가을 달이 뜨면
그때 나는 책상 위에 펼치리.
옛 책들을.
<부손>
22
자그마한 격자 문,
화병에는 꽃,
평화로운 오두막집.
<작자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