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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Mar 20. 2019

하이쿠 감상 I



1

소를 싣고

조그마한 배가 강을 건너네.

져녁 비를 맞으며

<쉬키>


2

안개 낀 날 -

커다란 방이

휑하고 고요하네.

<잇샤>


3

도시인들

손에 단풍나무 가지를 들고

귀환 열차

<메이세츠>


4

누워서

나는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본다.

여름의 방

<야하>


5

겨울바람이 불어 대자

고양이들의 눈이

깜박댄다.

<바쇼>


6

여름 강

헌 나막신을 한 손에 들고

얕은 곳으로 건너니, 웬 행복인가

<부손>


7

낡이 밝을 때:

보리잎 끝에는,

봄의 서리가

<잇샤>


8

정오에

활짝 핀 메꽃

화염이어라

<잇샤>


9

들판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물은 고요하다

저녁이네.

<부손>


10

패랭이꽃들 위로

여름 소나기가

너무나 거칠게 떨어지는구나.

<삼푸>


11

솟아오르는 첫 태양

구름이 있네

그림 속의 구름처럼.

<슈사이>


12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까마귀가,

버드나무에.

<잇샤>


13

한 마리 개가 짖는다

행상을 향해

꽃이 핀 복숭아나무들.

<부손>


14

작은 고양이가

바람에 끌려 다니는 잎새들

한순간 바닥에 눌러 붙이네.

<잇샤>


15

아이가

여름 달 아래서

개를 산책시킨다.

<쇼하>


16

"아, 내가 계속 살아있을 수 있을지"

여자의 목소리

매미 같은 외침

<구사타오>


17

낮잠에서 깨어,

지나가는 소리를 듣네

칼 가는 사람이.

<바쿠난>


18

밝은 날.

어두운 구석이라고는 없다.

재떨이를 어디다 비우지.

<푸쿄쿠>


19

흰 마편초 꽃들,

더불어 한방중에는,

은하수.

<곤수이>


20

아침, 은행 직원들이

야광

갑오징어들 같구나.

<가네코 도타>


21

가을 달이 뜨면

그때 나는 책상 위에 펼치리.

옛 책들을.

<부손>


22

자그마한 격자 문,

화병에는 꽃,

평화로운 오두막집.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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