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겔리 고르셰프 : 어머니

by 일뤼미나시옹




춥고 배가 고픕니다. 손에 피멍이 들도록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을까요. 길을 잃고 어느 도시의 허름한 골목에 주저앉아버렸을까요.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견디고 있을까요. 치매를 앓아 자식도 고향도 햇빛 조차 몰라보는 것은 아닐까요. 희미하게 뜬 한쪽 눈은 누군가 주고 간 마른 빵을 보고 있을까요. 아니면 빈 그릇에 던져진 동전 한 닢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어떤 절망으로 한 세월을 살아냈을까요. 누구의 어머니일까요. 전쟁터로 간 아들의 부고장을 받고 주저앉아 버린 것은 아닐까요. 누가 세상의 어머니를 절망에 빠지게 했을까요. 돈일까요. 국가일까요. 자본주의일까요. 공산주의일까요. 어머니 앞에 서서 햇살을 가리지 마세요. 번쩍거리는 구두를 신고 다가가지 마세요. 주름진 얼굴에 절망에 빠진 눈. 상처 투성이에 핏줄이 드러난 손등.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벗어 줄 수 없는 겉옷. 어떻게 해야 세상의 어머니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할까요. 다시 말하지만, 어머니 앞에 서서 햇살을 가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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