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는, 우리는,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
Pale Blue Dot - Earth = 0.12 pixel in size !!! (uitsnede) NASA - Voyager 1 foto - 300px-PaleBlueDot 2+ -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칼 세이건>
1977년 나사에서는 태양계를 탐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인 탐사선 보이저 1호, 2호를 발사한다. 태양계의 행성들이 최적의 위치에 놓이는, 175년에 한 번 돌아오는 시기에 맞추어 발사된 보이저호는 그네 타듯 행성들의 중력을 타고 아주 빠르게 우주를 여행한다. 현재 이들이 위치해 있는 곳은 지구에서 각각 138AU, 114AU 떨어져 있는 곳이다. AU라는 거리 단위는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1AU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나타낸다. 보이저 1호는 현재 지구와 태양 사이를 138배 한 거리에 있으며, 40년째 쉬지 않고 여행 중인 이 탐사선은 인간이 만든 물체 중 지구에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다. 이 탐사선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는 어떻게 보일까? 전설의 과학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제작자이자, 자연과학을 대중화시키는데 일생을 바친 칼 세이건은, 1980년 나사 보이저 팀에 원래 계획에 없었던 제안을 한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에, 카메라의 방향을 뒤로 돌려 지구를 찍어보자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은 당시 굉장히 무모한 것이었다. 원래 계획에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무의미한 짓이었고, 카메라 렌즈를 지구 쪽 방향으로 돌리다가 태양이라도 바라보게 되면, 카메라 렌즈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사 전문가들은 이 제안을 거절한다. 그 당시 돈으로 9천억 원이 들어간 보이저 프로젝트에 모험은 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 같았다. 하지만, 세이건과 나사의 몇몇 전문가들은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한 번 바라보는 것이 과학적 의미를 넘어 인류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줄 수 있을지 알고 있었다. 그로부터 9년이 더 지난 1989년, 해왕성 탐사까지 마치고 본래의 임무를 다한 보이저 1호는, 세이건의 제안에 호의적이었던 우주비행사, 리처드 트룰리가 나사 국장으로 자리하게 되면서 드디어 카메라를 지구 방향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 1990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일어난 일이다. 보이저호는 처음으로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촬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