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을 키우면 좋은 점 2

[풀하우스] 21

by 정원에

충분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따듯한 햇살 한 줄기면 충분합니다. 문틈으로 슬쩍 들어와 꽃, 줄기, 화분을 살짝 안아 주면 충분합니다. 일요일 오후. 듬뿍 머금게 되는 일주일간 미리 받아 놓은 물이면 충분합니다. 이러면 충분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오랫동안, 천천히, 꾸준하게 만들고 나누고 보여줄 수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오늘도 잘 다녀오세요. 언제나 안녕하세요. 이 자리는 우리가 잘 지킬 겁니다. 여기가 딱 내 자리입니다. 자리에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충분합니다. 아주, 충분합니다....


라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말해준다. 일도, 벌이도, 쉼도, 나눔도 그리고 건강도. 어느 것 하나 이만하면 충분해,라고 지금껏 한번 외쳐 본 적이 없는 나에게. 그러면서 넌지시 말을 건다. 지금 정도면 충분해. 잘하고 있어, 잘 살고 있는 거라고. 햇살도 쬐고, 바람도 느끼고, 일주일 전에 미리미리 물조리개를 챙긴다는 건 대단한 삶의 의욕인 거야. 진심은 항상 통하는 거라고 알려 준다.




변화


얇디얇은 여덟 입 중에 자그마한 잎 하나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어제 새벽에는 분명 아주 아주 가느다란 실개천이 여기저기로 흘러가듯 생생했는데. 어, 꽃잎이 하나 더 생겼네요. 짙은 분홍빛 아래 흰색에 분홍이 살짝 묻힌 것처럼. 언제 떨구었는지 스스로가 거름이 되고자 다짐한 잎들도 여러 장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추워지는 자기 고향을 위해 온몸으로 그 바람 다 막으면서 화분을 가득 다 덮어 주려 합니다.


그렇게 자그마한 화분은 매일매일이 꼭 같은 날이 단 하루도 없다. 그제도 오늘 같고, 오늘도 오늘 같은 일상. 별반 기대되지 않는 오늘 같을 내일. 이런 오늘은 화분에는 없다. 내 눈에만 통하는 변화가 매일 새벽, 한 가득이다. 그렇게 볼 수 있어야 보인다는 것을 은근히 알려준다. 아빠, 나 뭐가 달라졌게? 하고 묻는 따님은 잘 알아보지 못해도 이제는 어김없이 어제와 다른 오늘을 덕분에 알아차린다. 진심 어린 변화는 마음으로 보이는 거라고 알려 준다.





솔직


배고파, 물 좀 줘. 너무 뜨거워. 갑자기 추워졌어. 하며 언제나 바로, 그대로 보여줍니다. 삐치지 않고, 토라지지 않고, 뒷말하지 않고. 앞에서 대놓고 당장. 절대 징징거리지 않습니다. 그냥 고개를 숙입니다. 살짝 건들 수도 없는 작디작은 꽃잎을 사정없이 떨굽니다. 그렇게 돌려 말하지 않습니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준비합니다. 나를 위해. 고개 숙일 준비를. 그렇게 말을 겁니다.


분명하게 알려 준다. 내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낯선 곳에서 길을 찾아주는 지도 같이. 담백하다. 깔끔하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하다. 화가 나지 않고 미안해진다. 흥분하지 말라고 일러준다. 속도를 조금 줄이라고, 미소를 더 늘리라고. 나 봐, 나 봐. 얼마나 이뻐, 건강해하면서. 진정한 사랑은 마음으로 보이는 거라고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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