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알쓸#지리] 9

by 정원에

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다. 1900년 고종황제가 10울25일 대한제국 칙령 제41호에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한 날이다.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오랜 추억을 더듬게 하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십여 년이 훌쩍 넘었다. 아이들한테 신청을 받아 학교 운동장에서 수백 명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독도 플래시몹을 촬영했던 게. 아이들이 유튜브에 올려 한참 대물림 되었던.


자발적으로 운동장에 모인 아이들. 열댓 명의 선생님들. 내가 제안한 가장 큰 취지는 독도는 우리 땅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하게 하기 위한 퍼포먼스. 수업마다 안무(?)를 직접 가르치고, 연습을 시켰던 유쾌한 기억이 어제 출근길에 갑자기 소환되어서.


먼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80년대 가사다.

1.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 독도는 우리 땅 // 2.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 도동 일번지 / 동경 백삼십이 북위 삼십칠 / 평균기온 십이도 강수량은 천삼백 / 독도는 우리 땅 // 3.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 연어알 물새알 해녀 대합실 / 십칠만 평방미터 우물 하나 분화구 / 독도는 우리 땅 // 4. 지증왕 십삼 년 섬나라 우산국 / 세종실록지리지 오십 페이지 셋째 줄 /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일본땅 / 독도는 우리 땅 // 5. 노일전쟁 직후에 임자 없는 섬이라고 /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 독도는 우리 땅


2001년에 새로 바뀐, 밀레니엄 가사다.

1.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 독도는 우리 땅 // 2.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 동경 백삼십이 북위 삼십칠 / 평균기온 십이도 강수량은 천삼백 / 독도는 우리 땅 // 3.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 연어알 물새알 해녀 대합실 /

십칠만 평방미터 우물 하나 분화구 / 독도는 우리 땅 // 4. 지증왕 십삼 년 섬나라 우산국 / 세종실록지리지 오십 쪽에 셋째 줄 /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몰라도 / 독도는 우리 땅 // 5. 일전쟁 직후에 임자 없는 섬이라고 /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 신라 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 독도는 우리 땅


행정 구역 개편이 눈에 띈다. 독도라는 지명을 행정 구역명으로 내세웠다. 2001년 독도리를 시작으로 2004년 춘천시 신남면이 김유정면으로, 2007년 평창군 도암면이 대관령면으로, 2009년 영월군 와석리에서 김삿갓면으로, 영월군 서면에서 한반도면으로 행정 구역명을 변경했다. 지방 자치 시대에 지역 브랜드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지역의 특성을 잘 알려내는 명칭을 행정구역명으로 택하는 거다.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한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2012년에 대폭 수정된, 최신 가사다.

1.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87K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

독도는 우리 땅 // 2.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 동경 백삼십이 북위 삼십칠 / 평균기온 십삼도 강수량은 천팔백 / 독도는 우리 땅 // 3. 오징어 꼴뚜기 대구 홍합 따개비 / 주민등록 최종덕 이장 김성도 / 평방미터 799에 805 / 독도는 우리 땅 // 4. 지증왕 십삼 년 섬나라 우산국 / 세종실록지리지 강원도 울진현 /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조선땅 / 독도는 우리 땅 // 5. 러일전쟁 직후에 임자 없는 섬이라고 /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 독도는 우리 땅


이후에도 지역 브랜드화 전략은 계속되었다. 2017년 영월군 수주면이 무릉도원면으로으로 개칭되었다. 2021년에는 꽤 여러 곳의 지자체들에서 지역성을 확연하게 알리는 명칭으로 바꾸었다. 대표적인 지역이 양구군이다. 양구는 우리나라의 배꼽이다. 우리나라 중앙 경도와 중앙 위도가 양구에서 만난다. 이런 지역성을 살려 아예 남면을 국토정중앙면으로 개칭하였다. 양구는 지금 배꼽축제가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또 2023년 7월부터 대구광역시에 편입된 군위군에는 고로면이 있었다. 이 지역이 2021년부터 삼국유사면으로 개칭되었으며, 같은 해에 경주시 양북면이 문무대왕면으로 개칭되었다. 모두 남면 도동 일번지가 독도리로 개칭된 맥락 와닿는다. 이 사이 지번 주소가 도로명 주소로 개편되면서 상징적으로 처음 도로명 주소를 부여한 지역 역시 독도이다. 현재 독도 등대의 주소는 울릉군 울릉읍 독도이사부길 63, 주민 숙소는 울릉군 울릉읍 독도안용복길 3이다.



이백리를 87K로 수정한 건 특별 의미가 있다. 수백 년 전 사람들도 탐험을 했다. 그런데 대부분은 사전에 알아볼 수 있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보여야, 들려야 간다. 누구라도 지나가다 봤는데? 하면 가보는 거다. 일본 영토 중 우리나라 쪽으로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영토는 오키섬이다. 그런데 오키섬은 본토인 일본 영토보다 독도와 훨씬 더 많이 떨어져 있다. 87K의 두 배인 157km 이상. 이 말은 오키섬 주민들에게는 독도가 날이 아무리 좋아도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거리는 수평선 너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울릉도 주민들에게 독도는 맑은 날 직선에서 봉우리가 보인다. 그렇게 울릉 주민들에게 의해 독도의 옛 국가인 우산국은 그렇게 정복을 당했던 것이다.


평균기온이 십이 도에서 십삼 도로 수정된 건 다 아시는 것처럼 지구 온난화다. 1923년 이후 약 100년간 한반도가 약 1도 상승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 덕(?)에 난류성 어족인 오징어 꼴뚜기 대구는 여전히 잡히지만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사라졌다. 벌써 이십여 년 가까운 일이다. 지금도 진행하는 지는 모르겠다. 예전에는 정부 기관인 모 수산연구소에서 어부들을 대상으로 생태(살아 있는 명태)를 잡아 기증하면 마리당 5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보상한다는 명태 현상금을 내 건 적이 있다. 양식을 하겠다는 것. 지금도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민등록 최종덕, 이장 김성도. 이 가사는 독도가 우리 국민이 실제 거주하는 유인도. 명백한 우리 영토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내세웠다. 실제 최종덕은 1965년 3월에 우리나라 국민으로는 최초로 독도에 거주했으며 김성도, 김신열 부부를 포함 약 30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주민등록 주소지로 독도를 삼고 있다. 799에 805는 독도에 부여된 독립 우편번호다. 독도가 우편번호 체계를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영토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린 조치다. 지금은 다섯 자리 40240으로 쓰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등장하는 울릉도는 원래 강원현(현재의 강원도)에 속해 있었다. 이후에 경상북도로 수정, 편입하였다. 역사에 등장하는 독도의 출처를 명확히 하기 위한 가사 수정이다. 이 가사와 관련한 다양한 역사적 문건들에 대해 일본은 아무런 반박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여전히.


길다. 독도에 대한 이야기는 할 게 무궁무진이라. 오늘은 이렇게 '독도는 우리 땅' 가사로만 조금 접근해 봤다. 문제는 지금의 10대, 20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다. 말싸움 말고 논리 싸움이어야 국제 사회에서 우리 것을 지켜낼 수 있다. 매일 매일이 '무슨 날'이어서, 막대 과자 데이나, 하얀 사탕 데이, 달달한 초콜릿 데이에 빠져 있기만 하다가 한수십 년 뒤에 아이들이 대뜸 어, 독도가 왜 우리 땅이에요?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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