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여행자] 24
매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 아내도 마찬가지. 아침에 일어나 2-3가지 반찬, 밥과 국, 과일, 구운 계란. 빈 그릇에 조금씩 나눠 담는다. 그냥 냉장고에 있는 걸로. 식탁 위에 있는 걸로. 그냥 눈에 보이는 걸로. 목표는 단 둘. 조금만 먹겠다는 것. 골고루 먹겠다는 것.
식당에서 먹으면 과식하게 된다. 앉아 먹는 자리 배치도 그렇다. 먹는 게 전투(?)적이다. 더 먹고 빨리 먹고 다 먹고. 앞사람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배 차는 줄 모르고 먹게 된다. 그렇게 오래 먹다 보니 몸이 무거워졌다. 절대적인 몸무게보다는 느낌적으로.
그렇게 도시락을 싸서 출근한 지 벌써 십여 년 가까이. 그런데 도시락에 이런 먹거리가 또 없다. 간편하고, 건강하고, 두 가지 목표를 다 충족시켜 주는 메뉴. 바로 김이다. 다 아내 덕이다. 아내는 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상상 이상이다. 어느 날은 방금 사 온 김 한 통 - 정말 한 통, 한 박스 - 의 3분의 2를 한 자리에서 먹은 것도 있다.
그러다 보니 염분이 적은 것, 깨끗한 것을 찾고 찾아 헤맨 게 결혼 생활 절반을 넘을 듯. 그렇게 지금 먹는 브랜드의 김을 택배로 시켜 먹는 중. 나도 이제 이 김에 반했다. 입맛 없을 때 자그마한 팩 두 개면 밥 한 공기 뚝딱이다. 도시락에서도 빠질 수 없다. 김은.
김만큼 간단하면서도 영양가 높고 자그마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떡이다. 요즘은 잘 만들어진 떡들이 참 많다. 낱개로 포장되어 간단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져 있다. 냉동실에 넣었다가 출근하면서 하나 꺼내놓으면 끝이다. 서너 시간 자동 해동이 되니까.
요즘은 긴 방앗간 가래떡을 절반, 삼분의 일 정도 크기로 잘라져 있다. 절반도 크다. 약간 긴 떡볶이 떡 정도 크기로. 잘린 김 크기와 비슷하게. 그리고 그냥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김으로 감싼다. 그냥 감싼다. 김 한 장으로 감싸면 반대쪽 가래떡이 새끼손톱 만하게 빼꼼하게 주르륵 빈다.
별 거 아닌데,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 따로 있었던(먹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세상 살다 보면, 우리도 그렇다. 돌아보면, 조금만 물러나 보면 그게 별 거 아니었다. 그런데 그 별 거 아닌 것에 감탄하고, 애를 끓인다. 환상을 갖고, 힘들어 환장을 친다. 환상과 환장 사이에는 부서진 김 조각 하나다.
너무 잘 어울리는 둘. 내 주변에도 엄청나게 많을 거다. 보이지 않고, 찾지 못하고, 찾다 잊어서 그렇지. 찾다 또 다른 걸 찾느라 헤매어서 그렇지. 언제나 내 곁에, 내 앞뒤로 따라다닐 텐데. 찾아서 얼른 따라 해야지. 찾아서 냉큼 먹어봐야지. 나도 그 둘 중 하나가 되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