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팔뚝에 꽂힌 주사 바늘을 몇 날 며칠 보면서, 똑똑똑 떨어져 몸 구석구석 흘러드는 주사액을 올려다보면서 삶에서 '이동'의 정체성을 느끼게 된다. 약물에 의한 치료와 탈것에 의한 이동의 상관 관계를 생각한다.
치료와 이동의 공통점은 목적성이 내재한다는 것이다. 위기(통증)를 벗어나기 위한, 기회(상처)를 살리기 위한, 우정(건강)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사랑(자신)을 지키기 위한, 같이 행복하기 위한, 서로 평화롭기 위한.
또한, 치료와 이동 모두 '사고'의 위험성(가능성)이 내재한다. 사고 없이-별 탈 없이-(목적성에 맞게) 이동(치료) 한 시간의 누적량을 물끄러미 되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간을 이동했는지, 그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약물이 몸을 돌고 돌았는지.
'안전'한 이동(치료)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이동(치료)의 결과가 몸도 관계도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회복되기를 염원하는 마음,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선한 영향을 끼치고 싶은 마음의 회복이어야 한다.
마치, 주사(액)가 몸의 통증을 없애고 통증으로 인한 상실성을 회복해 준다는 명확한 역할을 가진 것처럼. 평생 동안 이루어지는 수많은 '이동(치료)'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가장 가깝고도 먼 이동,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치료는 무엇보다도 (건강한) 마음이 (치유받고 싶은) 마음에 가 닿는 것일 것이다. 이동(치료)에 평생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만 고려해 봐도 가장 중요하지 싶다.
어쩌면 오늘같은 빨간날은 그 마음을 들여다 보고 회복의 기회를 찾는 시간으로 삼기 딱 좋은 날, 이라는 것을 (실천)연습하고 또 연습하라고 만들어 놓은 날일지도 모르겠다. 쉘 위 Merry!!